2020-11-16 02:20  |  건강

[청춘 북리뷰] 노후 안전지대 있을까

[청춘일보 이용규 기자] 경제 성장기에는 열심히 저축하면 개인의 노후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과 저출산, 고령사회의 문제가 심각해지며 노후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연금 또한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도 더 이상 의지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자식과 손주를 부양하거나 병든 부모의 간병을 위해 노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제가 일하지 않으면 안 돼요. 집사람은 마비 때문에 일할 수 없고, 제가 돌봐주어야 해요. 연금만으로는 살 수 없어요. 만약 병이 진행되어서 신문 배달을 하지 못하면 둘이 함께 죽는 수밖 에 없어요.” _ 연금이 모자라 신문 배달을 하는 70대 노인

“일단 일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했어요. 하지만 힘쓰는 일이라 젊은 사람들을 당할 수 없었어요. 몸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두 달 만에 그만뒀어요.” _ 정리해고를 당하고 수입이 없어진 60대 노인

“어머니를 혼자 감당하다 보니 제 자신도 이상해지는 것 같았어요. 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한 계에 다다랐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_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는 60대 노인

“얼마 전에 한 할아버지가 목을 매서 죽었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에요. 몸도 아프 고 마음도 아프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_ 지방에 살고 있는 80대 노인

모두가 가족과 사회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과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길거리에서 리어카를 끌며 폐지와 캔 등을 줍거나 구걸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등. 우리도 거의 매일 수많은 과로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30~40년 뒤 모습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병들었는데 돈도 없다면

하류노인의 잔인한 현실은 또 있다. 일할 수 없는 때가 분명히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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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의 매일 수많은 과로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30~40년 뒤 모습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사진=pixabay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이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차이는 10년 정도다. 즉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늙고 병들어서 움직일 수 없다. 때로는 병든 몸보다 끝을 모르고 불어나는 치료비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성장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노후’도 돈으로 사야만 한다. ‘요양’과 ‘간병’을 비싼 값을 주고 치러야 하는 등 복지 서비스마저 상품이 됐고 대부분의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빈곤으로 전락해야 한다.

또한 나이 들고 병들었을 때 의지할 곳도 없다. 경기 불황으로 모두가 어려운 때 가족도 안전 지대가 되지 못한다. 가족에게 의지할 경우 이는 ‘가족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가혹한 노동 환경, 빈곤, 유병 등의 문제는 대한민국을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만든다.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살률은 전체 연령 자살률의 두 배 이상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우울함을 호소한다. 생각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노후 문제는 무거운 빚처럼 우리를 내리누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노후 준비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 대책이 없는 상황을 불안해한다. 그러면서도 ‘설마 내가 하류노인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거나 심각성을 알지만 대처 방법을 몰라 헤맨다. 혹은 팍팍한 현실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노후 문제에 있어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가장 중요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만 강조하면 하류노인이 되지 않을 방법은 없다. 저축과 재테크와 같은 방법도 의미 있는 방법이다.

먼저 가난을 불우한 '이웃 구제’가 아닌 제도를 통한 사전 ‘방지’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 ‘비정규직’이어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 고령자의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일할 의욕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고령기가 되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지금의 일본이다. 동시에 일본에서는 현역 때부터 장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특히 남성의 경우, ‘일하는 것=생활의 전부’라고 여긴다.

일하지 않으면 사회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며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실업자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수입 감소와 생활고 때문만이 아니라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주던 직장이 없어졌다는 상실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가를 즐기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노동 시간은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일본은 매우 특수한 나라다. 일본은 젊은 시절에도, 고령기에도 일을 멈출 수 없는 ‘과로사회’다.

하지만 현금보다 중요한 노후 대책은 현금이 없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현금이 아닌 현물 지급 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간단한 이야기예요. ‘휠체어를 드립니다’라고 말하면 장애인인 척해서 휠체어를 받는 바보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금을 드립니다’라고 말하면 장애인인 척해서 현금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현금과 현물은 달라요. 그래서 보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물 서비스를 모두에게 나눠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모두가 생활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라는 것이죠"

‘납세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도 개인의 부담은 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의료비, 요양비, 교육비 등으로 지출하는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것은 ‘당연하지 않았던 현실’을 극복해서 만들어졌다. 누군가 불편하다 생각하고, 이상하다는 의문을 품고 행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갖게 된 이익과 권리다. 많은 이상주의자가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거듭 필요성을 호소하고 찬성자를 늘리는 것으로 개선과 변혁을 이루었다. 이상주의자를 배척하는 사회는 성장과 발전을 포기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살기 좋은 사회에 대한 이상을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주택과 교육, 의료와 간병 등의 부담을 서로 나누는 자기책임으로 떠안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자료:下流老人, 저자 フジタダカノリ

이용규 기자 leeku@sprin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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