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7 02:50  |  건강

[미생물치료①] 마이크로바이옴 시대가 열린다

[청춘일보 이용규 기자] ‘똥을 기증해서, 돈을 벌고, 생명을 살리십시오’. 미국 대변은행인 오픈바이옴(Openbiome)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다.

똥을 약으로 사용하기 위함이고, 기증자는 1회에 40달러, 한 달에 약 250달러를 받을 수있다. 아무나 똥을 기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변과 혈액 검사를 통해 기증 신청자의 3%만 합격할 정도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오픈바이옴은 대변이식 용도로 약 3톤의 똥을 판매했다.

똥의 구매와 판매, 대변이식 시술은 미국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다수의 종합 병원에서 대변이식 시술을 하고 있다. 적응증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이하 C.diff) 감염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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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변이식 시행 병원과 대변은행 현황
더 이상 똥은 불결하고 쓸모없는 배설물이 아니다. 돈이 되고 약이 되는 시대다. 마이크 로바이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인 ‘microbes’와 전체를 의미하는 접미사 ‘-ome’의 합성어, 혹은 미생물군집인 ‘microbiota’와 유전체 ‘genome’의 합성어다. 즉 개별 미생물 분석 연구에서 확장되어 인간과 미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유전체학에 기반해 분석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인체의 미생물 수는 약 38조개로 인체 세포 수인 30조개보다 많다. 미생물은 인간의 대장과 호흡기, 구강, 피부 등에 널리 분포한다.

그러나 전체 미생물의 95%가 대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존재하기에 마이크로바이옴은 흔히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을 뜻한다. 따라서 음식물 섭취와 약물 복용, 위생 상태, 생활 방식 등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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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 있는 질환들, 자료: Syneos health
최근 연구를 통해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의 면역반응 및 신경계와 상호작용, 병원균에 대한 방어 기작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장염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과 비만, 자가면역 질환 등과 상관관계가 높다. 그밖에도 건선과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 치매와 우울증의 정신계질환 등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정 미생물 수가 적거나 과도하게 많을 때 질병이 발생하는데 이를 바로 잡아 질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이미 대변이식으로 C.diff 감염증의 완치율을 크게 높였고, 특정 미생물을 경구제형으로 개발해 대장 내 부족한 미생물의 수를 높여주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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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개시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임상시험 추이,(단위:건,1년)자료: GlobalData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임상시험 건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전 새로 개시된 마이크로바이옴의 임상시험은 매년 평균 2.1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 11건, 2016 년 15건으로 증가했고 2018년 이후 매년 30여 건이 넘는 임상시험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이용규 기자 leeku@sprin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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